10. 퇴사, '당할' 수도 있습니다.

'H님, 내일부터는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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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어느 날, 오후 3시.

대표와의 중요 안건에 대한 미팅을 하러 들어갔고,

안건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20분 동안 대표의 설교를 들은 후,

4대 보험이 상실됐다.

 

퇴사했다. 아니, 퇴사당했다.

그것도 이직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시용기간(수습기간) 중에, 그것도 내 의지가 아닌 

타의로 퇴사를 한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나의 어떤 언행 때문에 

급작스런 해고를 했는지 알 수 없었고 

내가 했던 말과 행동 등 회사에서의 내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복기해보고 내린 결론은 딱 하나.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들어간 지 두세 달이 지난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1달 채운 직원이 뭘 알겠는가.

아직 회사 내 정치구도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했고,

다른 팀의 회식에 참여는커녕,

술도 같이 한잔 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날 바라봤을 때,

흠잡힐 만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자기 비하나 연민은 술 한잔으로 털어냈다.

그 보다의 문제는 당장의 생활비.

 

퇴사란 선택지는 상상도 못 했다.

 

당장 한 달의 시간은 10월 급여로 살아냈지만, 

12월부터는 얄짤없었다.

따라서 국가 취업지원 서비스 중 하나인 

'국민취업지원제도'에 가입해

약간의 장려금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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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실업급여를 신청하지 않았냐고?

몰라서 못했다.

나도 참 멍청한 게,

그간 실업급여의 조건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실업급여 신청 조건은

퇴사일 이전의 한 직장에서 6개월 이상 

고용보험이 가입되어 있어야 

지급신청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아래 내용을 보면,

 

실업급여는 퇴사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신청을 해야 하며,

비자발적 퇴사 사유와 함께 

퇴사일 이전 18개월 이내 

고용보험이 180일 이상 가입되어 있으면 

지급신청이 가능하다.

 

꼭 한 회사에서 고용보험이 

180일 이상 가입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실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나도 이전 회사와 이번 회사의 

총 고용보험 가입일수가 180일 이상이므로

실업급여의 지급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평소에 꼼꼼하게 보지 않고 

대충 보는 습관이 내 발목을 잡았다.

계속 보지 않는다면, 

기억은 마모되고 떨어져 나가 불완전해진다.

불완전한 기억을 믿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왜 다시 한번 알아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조만간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