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디지털 노마드? 난 그냥 노마드다!

회사에서 나오게 된 후, 
방황 아닌 방황을 했다.

쌓여만 가는 입사지원서, 
늘어만 가는 인사담당자의 연락처, 
기약 없는 합격소식.

 

내가 원하던 직장의 조건

1. 쉬고 싶을 때 쉬어야 한다.

2. 어디에 가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3. 근데 돈은 많이 줘야 한다.

 

당연하지만 이를 만족시키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진리를 드디어 이해하게 되었다.

 

 

기술이 있다면 어딜 가든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技術) 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1. 어떤 것을 잘 만들거나 고치거나 다루는 뛰어난 능력.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학습·연구 등이 필요한 것을 가리킴.

2. 어떤 일을 솜씨 있게 할 수 있는 
재간이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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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2번의 뜻만 인식하고 있던 내게 
1번 뜻은 다시 내 생각을 되돌아보게 했다.

사무직만이 내가 일할 수 있는 길일까? 
지난 2년간 내 시야가 좁아진 것은 아닐까?

사무직,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허상을 걷어내고 나니,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감이 끊이지만 않는다면, 
어디서든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디서든 돈을 벌 수 있다면, 
서울에 비싼 집을 살 필요가 있을까?

 

벌써 내 마음은 해변가에서 여유로운 삶을 꿈꾸고 있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며칠밤을 세워 내린 결론.

 

기술을 배워 기술자가 되자!

 

나에게는 코딩과 같은 
개발자의 선택지도 있었지만,
한 곳에 오래 앉아 무언가를 한다는 건 
나랑 맞지 않는다는 걸 
오래전부터 깨달았기 때문에 
빠르게 생각을 접었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말은 
반대로 어디든지 가도 된다는 말이다.

서울에서 일하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것과 
서울에 살기 때문에 서울에서 일하는 것.

비슷해 보이지만 
내가 결정권을 가지는 후자를 선택했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디지털 기기 (노트북, 스마트폰 등)를 이용하여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이동 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

 

나의 삶은 디지털 노마드가 아닌 
그냥 노마드겠지만 뭐 어떠하랴.

어떻게든 살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