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10만원, 1년에 520만원으로 10년간 살기

아쉽게도 대학교 시절 이전에 받았던 

용돈은 기억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받는 돈이 아닌, 

필요에 의해서 받았기 때문이라.

금액도 들쭉날쭉하고 

받을 때마다 대부분 간식을 사 먹는데 썼으니

그냥 물 흐르듯이 스쳐 지나간 돈이 되었다.

 

그랬던 내가 대학교를 가고, 

처음으로 부모님께 정기적인 용돈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보내주시는 용돈은 일주일에 10만 원.

'한 달에 40만 원을 받을래, 

일주일에 10만 원씩 받을래'라는 질문에

약삭빠른 나는 당연히 일주일에 10만 원씩 

받고 싶다고 대답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꼬박꼬박 입금되는 10만 원.

주어진 용돈 안에서 생활해야 하다 보니

비싼 물건을 사거나 비싼 음식을 먹기 위해선

그만큼 다른 날의 소비를 

절제해야 하는 나날들의 반복이었다.

 

하나를 갖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이때 배웠다.

 

이렇게 대학생활을 보내다 보니 

돈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이 

10만 원으로 굳어졌다.

모든 물건을 사기 전, 혹은 식사를 하기 전 

항상 내 일주일 용돈 대비 얼마인지 

비교하게 되었고

소위 말하는 가성비를 

스무 살부터 생각하게 되었다.

 

10만 원이라는 숫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내 뇌는 10만 원이라는 금액에 닻을 내렸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돈을 쓰기 전 돈의 쓰임새를 

비교하게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기회비용에 대한 개념도 

체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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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0만 원은 아버지가 스스로 깨달으셨던 

삶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의, 특히 20대 초에 

올바른 소비습관을 갖게 하기 위해

일부러 1년에 40만 원씩 더 주시면서 

기도하셨으리라.

 

아버지의 기도가 통했는지 

일주일에 10만 원은 내 소비생활의 기준점이 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월 지출 항목에는 

일주일 생활비가 10만 원으로 책정되어있다.

무릇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앞으로도 내 경제상황에 큰 변동이 없는 한 

내 생활비는 일주일에 10만 원일 것이다.

 

아마 사회에 나와서 

소비습관을 다시 재정비해야 했다면

지금보다는 씀씀이가 훨씬 컸을 것이고 

낭비하는 돈도 많았을 것이다. 

매주 10만 원씩 입금하시기도 번거로우셨을 테고 

매달 입금하실 수도 있었겠지만

아버지 덕분에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올바른 소비습관이 생겼다.

아버지께 정말 감사드리고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