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토록 하기 싫었던,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왔다.

29살, 12월. 

나는 당분간 면접을 보지 않기로 했다.

사무직 회사에서 필요로 한다기에는 

나사가 하나 빠진듯한 경력들. 

이것들을 포장하는 것도 신물이 났고 

매번 똑같은 질문,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것도 지겨워졌다.

 

좋게 말하면 취업준비생, 

솔직히 말하면 백수가 됐다.

 

 

몇 번의 취업, 이직, 퇴사를 겪으며 

공백기를 느껴봤지만 

20대에 생긴 공백기와 30대에 생긴 공백기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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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기대, 주변의 시선, 

스스로 느끼는 불안감 등 

불과 2~3년 만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내 나이와 직업에 대해 얘기할 때 돌아오는 시선들은 뭐라 형용할 수 없다.

 

스무 살, 대학 입학부터 

서른을 앞둔 지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려왔고, 

운이 좋아 남들과 다르게 

취업준비 과정 을 거치지 않고 

취직과 진급을 경험했다.

 

그렇게 숨 가쁘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이 

취업준비생이라니! 

29.9년 인생에 처음 경험하는 취업준비생은 

아직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은, 

내가 걸어온 길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