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큰 술, 작은 술이 헷갈리는 이유

몇 년 전의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가 

본인 집에 초대해 요리를 해주겠다고 한다.

친구가 선택한 메뉴는 '마라샹궈'.

그전까지는 마라 요리를 먹어보지 않았던 나는

친구의 호언장담과 함께 호기심에 먹어보게 되었다.

 

요리를 먹고 난 후.

마라 요리와 일면식도 없던 내가 

먼저 마라 요리를 찾아 먹게 되었다.

처음 먹어보는 혀가 얼얼한 맛과 

화한 맛을 넘겨주는 맥주의 목 넘김!

중국 유학 시절 자기가 많이 해 먹고 

친구들에게 대접해준 인생 요리라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만드는지 물었더니 

그냥 많이 해봐서 감으로만 안단다.

다음번에 또 다른 요리를 해달라고 하니까

자기가 할 줄 아는 요리는 이거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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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와 오랜만에 술을 먹다가 

요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나는 웬만한 요리는 레시피를 검색해보고 

재료가 있다면 

얼추 먹을만하게 요리를 해내는 편이다.

근데 친구는 마라샹궈 이외의 요리는 잘 못하고

잘 시도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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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아직 큰 술, 작은 술의 

개념이 어렵다고 한다.

그냥 밥숟가락을 큰 술, 

밥숟가락의 1/3 정도를 작은 술로 생각하고

요리하면 되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친구가 하는 말,

"집집마다 밥숟가락 크기가 다르잖아!"

 

생각지 못한 답변이라 당황했다.

 

나는 처음 하는 요리는 

아무 레시피나 찾아 그대로 따라 한다.

그래야 내 입맛을 기준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이 과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두 번 정도 요리를 반복하면 

내 입맛에 맞는 요리가 완성된다.

 

핵심은 기준과 반복이다.

뭘 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어려울 때는 

우선 기준을 잡아야 한다.

기준이 선 다음에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법.

 

의외로 기준을 잡는다는 행위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렇게나 땅바닥에 세운 막대기도 

해시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기준은 그야말로 기준일뿐, 

나머지는 맞춰 나가는 것이다.

 

반복은 전진이다.

처음 한 요리를 한 번에 성공한다면 매우 좋겠지만

열심히 한 요리가 내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땐 기준 레시피를 조금씩 수정해 

다음번에 다시 요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만 하고 반복하지 않는다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본인만의 기준, 반복하는 시도.

우리들에게도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