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상상하고 들어오셨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멋지게 낚였다!

의도하려 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들어왔으니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

한번 읽어보시고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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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본가에 들른 김에 외갓집에도 들렀다.

오랜만에 뵌 외할머니와 함께

시 외곽을 들러 콧바람을 쐬고

근처 카페를 들러 차 한잔하던 도중.

 

할머니가 도토리묵을 해놓으셨다고 가져가시란다.

시장 가면 한모에 8,000원인데

본인이 다니시는 절에서 한모에 6,000원에 팔길래

한판(여섯 모)을 36,000원을 주고 구매하셨고

외삼촌네들을 나눠주고 마지막 남은 걸 가져가시란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말다툼이 시작됐다.

어머니의 생각은

'몸도 안 좋으신 분이 뭐하러 한판씩이나 사서

힘들게 조리하나, 차라리 시장에서 8천 원짜리

한모 사서 혼자 맛있게 드시라'고 주장하셨고

할머니의 생각은

'시장에서 왜 비싸게 8,000원씩이나 주고 사냐,

36,000원에 샀으니 12,000원 싸게 산 것이다!'

라고 주장하셨다.

그 사이에서 아버지와 나는 

서로를 난처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팔씨름과는 다르게 말다툼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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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건강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가족들을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

 양쪽의 입장 모두 이해하지만

그때 들었던 생각, '할머니는 정말 싸게 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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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할머니는 싸게 사셨다.

어차피 구매하셨을 도토리묵 한 판이라면

시장에서 48,000원 주고 사셨어야 할 

도토리묵 한 판을

절에서 36,000원만 주고 사셨으니, 

12,000원을 아낀 것은 확실한 셈이다.

 

하지만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할머니는 절대 싸게 사신 것이 아니다.

한 모 대신 한 판을 사셨기에

조리하는 시간이 늘어나셨을 것이고

일일이 소분해 자식들을 주려 포장하느라 

불편하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셨을 것이다.

할머니는 연세가 있으시고 

아프신 몸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에

어머니는 36,000원어치의 절 도토리묵 대신 

8,000 원하는 시장 도토리묵을 사라고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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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절대적이다. 숫자로 서로 비교할 수 있다.

숫자로 비교할 수 있기에 쉽고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돈은 상대적이다. 

숫자 이면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뒤따라 온다.

뒤따라오는 것들을 알고 나면 

돈이 그저 숫자로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좀 더 가치를 둘 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만 가치를 둔다면,

분명 포기해야 할 것이 생길 것이다.

재정문제라던지, 가족의 행복이라던지.